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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2. 상처는 남고, 춤은 흐른다 — 도둑, 싯다르타, 발레의 이야기

By |2025-10-16T23:32:59-07:0010월 16th, 2025|Categories: Articles, 칼럼|

한 달 전이었다. 주말 오후, 가족들과 저녁식사 후 쇼핑을 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그 사이, 세 명의 도둑이 내 집에 들어와 모든 걸 훔쳐갔다. 경찰도 오고CCTV도 있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얼굴을 가린 그들은 놀라울 만큼 철저했다. 내 옷장, 서랍, 작은 상자들까지—오랜 세월 모아온 가방과 결혼예물,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시간과 추억들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도둑맞은 그날 이후 한동안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모든 게 귀찮았고, 몸은 움직였지만 마음은 멈춰 있었다. 훔쳐간 도둑들을 원망했고, 미워했고, 화가 났고, 허무했다. 한 달이 지나도록 그 감정이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문득 생각했다. ‘나는 무엇에 그렇게 집착하며 살았던 걸까?’ 문득 법정 스님이 탁상시계를 도둑맞았던 일화가 생각났다. 나도 스님처럼 담담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니, 아니었다. 내가 스스로 내려놓는 것과 남의 손에 의해 잃는 것은 전혀 다른 무소유의 개념이다. 그렇지만 그 상실감은 오히려 나 자신을 다시 들여다보게 했다.  마침 9월의 독서 모임 책 주제가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였다. 왕의 아들로 태어나 모든 것을 가졌던 싯다르타는 세속의 풍요를 버리고 깨달음을 찾아 떠난다. 그의 여정 속 배사공 바수데바는 말한다. “강은 모든 것을 가르쳐준다. 강에는 모든 것이 있다.” 그 구절을 다시 읽으며 생각했다. 이번 일은 어쩌면 나에게 주어진 또 하나의 강이었는지도 모른다. 모든 것을 잃고 나서야 비로소 멈추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   ‘이제는 조금 내려놓고 비워야 한다’는 강의 목소리가 마음속에서 들렸다. 나에게 발레도 그랬다. 몸은 늘 무대 위에 날고 있었지만, 마음은 멈춰 있었다. 완벽한 자세보다 중요한 것은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는 힘이다. 발레는 내 안의 상실과 고통을 품는 예술이며, 그 속에서 다시 나를 일으켜 세운다.  도둑맞은 허무한 마음에 여기저기 하소연하듯 이야기를 꺼냈더니, 의외로 도둑을 맞은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열 명 중 네 명은 한 번쯤 그런 경험이 있었다. 그제야 알았다. 이것이 나 혼자만의 상처가 아니라는 것을. 누구에게나 상실은 찾아오고, 그때마다 삶은 우리에게 비우는 법을 가르친다.  나는 도둑에게 빼앗기고, 싯다르타에게 배우고, 발레로 다시 일어선다. 나는 여전히 완전하지 않다. 그러나 그 불완전함 속에서 배운다. 잃음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깨달음의 시작이었다. 강이 흐르듯 내 삶도 흐른다. 그리고 언젠가 나도 바수데바처럼 조용히 웃으며 말하리라. “이 모든 일은 나에게 필요한 배움이었노라.” www.koadance.org www.balletjean.com 한미무용연합회. 진발레스쿨 3727 West. 6th Street #607. LA CA 90020 Tel: 323-428-4429 #진최의무용이야기#한미무용연합#진발레스쿨#싯다르타#헤르만헤세#춤과도둑 #JeanDanceStory #KOADanceFederation #JeanBalletSchool #Siddhartha #HermannHesse #DanceAndThe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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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1. 공포를 춤추다. – 프랑켄슈타인 발레 San Francisco Ballet Frankenstein

By |2025-10-13T00:40:13-07:0010월 13th, 2025|Categories: Articles, 칼럼|

공포를 춤추다. – 프랑켄슈타인 발레 San Francisco Ballet Frankenstein 다가오는 할로윈 시즌, 도시가 어둠과 환상의 기운으로 물드는 이때 나는 조금 일찍 찾아온 ‘예술의 밤’을 만났다. 샌프란시스코 발레단이 오렌지 카운티 코스타 메사의 시거스트롬 센터에서 선보인 컨템포러리 발레 ‘프랑켄슈타인’은 미국 서부에서의 초연 무대였다. LA에서 한 시간 반을 운전해야 했고, 익숙한 고전 발레가 아닌 현대적 해석의 작품이라 잠시 망설였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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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0 . “사랑을 춤추다 – 시니어 음악회 축하무대”

By |2025-10-08T01:58:21-07:0010월 6th, 2025|Categories: Articles, Videos, 동영상자료, 칼럼|

지난 주말, 동양선교교회에서는 대한노인회 미주총연합회 주최로 ‘시니어 음악회 효자·효부상 시상식’이 열렸다. 대한노인회는 미주에 계신 한인 시니어들을 위해 늘 따뜻한 마음으로 봉사하는 단체다. 어르신들의 복지와 행복한 노후를 위해 무료 급식이나 건강 세미나, 세대가 함께 어울리는 다양한 행사를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그런 뜻깊은 행사에 한미무용연합 진발레스쿨이 초청을 받아 축하공연을 펼쳤다. 이번 공연은 아이들의 활기찬 ‘백조의 호수 스페인 댄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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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9. 발레로 만난 역사, LA 한국문화원 안중근의 “ 천국에서의 춤”

By |2025-09-29T10:50:27-07:009월 29th, 2025|Categories: Articles, 칼럼|

LA 한국문화원에서 안중근 창작발레 “천국에서의 춤” 상영 소식을 이메일로 접했을 때, 내 마음은 두근거림으로 가득 찼다. 이 작품은 2015년 창작된 이래 M발레단 무대에서 꾸준히 선보여 왔지만, 해외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어려웠다. 그래서 이번 상영은 마치 오래 기다려온 선물을 받는 듯했다. 나는 매해 삼일절과 광복절에 발레 창작 작품으로 애국열사와 한국의 역사를 미 주류 사회에 소개해 왔다. 그런 나에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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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8. 바른 자세, 당당한 미래 ― 발레가 키워준다.

By |2025-09-22T00:06:08-07:009월 22nd, 2025|Categories: Articles, 칼럼|

“선생님, 우리 딸은 늘 어깨가 앞으로 굽어 있었어요. 등 펴라고 아무리 말해도 아이가 잘 느끼지 못했는데, 발레를 배우면서 자세가 정말 좋아졌어요.” 학부모님들이 자주 들려주는 말이다. 발레는 단순히 춤을 배우는 시간이 아니라, 생활 속 자세와 품격을 바꾸어 주는 훈련임을 다시금 느끼게 한다. 수업을 하다 보면 어린 제자들이 거울 앞에서 팔을 들 때 어깨가 앞으로 말리고 등이 굽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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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7. 알래스카에서 햄릿을 춤추다.

By |2025-09-08T07:46:21-07:009월 8th, 2025|Categories: Articles, 칼럼|

알래스카에서 햄릿을 춤추다. 올 한 해 광복절 기념 무대와 무용 발표회, 그리고 크고 작은 공연들까지 쉼 없이 달려왔다. 그러나 무대는 끝나지 않았다. 앞으로 이어질 공연들을 잘 준비하기 위해 나는 잠시 일상을 멈추고 가족과 함께 알래스카로 향했다. 알래스카의 풍경은 장엄했다. 빙하는 침묵 속에 영원을 품고 있었고, 연어들은 마지막 힘으로 물살을 거슬러 오르고 있었다. 끝내 오르지 못하고 강가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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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6. 발레, 은혜로 춤추고 사랑으로 채우다.

By |2025-08-25T00:00:37-07:008월 24th, 2025|Categories: Articles, Videos, 동영상자료, 칼럼|

여름 햇살이 환하게 쏟아지는 날, 새생명 시니어 대학 후원을 위한 바자회가 열렸다. 장터에는 사랑과 정성이 담긴 음식과 물건들이 가득했고,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단순한 장터가 아니라 서로에게 힘이 되는 축제였다. 그곳에서 한미무용연합 진발레스쿨 실버발레팀은 초청을 받아 코펠리아와 워십댄스(‘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를 추었다. 무대는 교회 앞마당이었다. 번쩍이는 장식은 없었지만 그보다 더 빛나는 순간이었다. 사람들에게 사랑을 전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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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5. “나는 왜 춤추는가?  발레로 기억하는 광복절”

By |2025-08-19T08:52:54-07:008월 18th, 2025|Categories: Articles, Videos, 동영상자료, 칼럼|

  나는 왜 춤을 추는가? 나는 대한인이다, 나는 대한의 예술이다. 나는 춤으로 대한을 알리고 기억을 되살린다. 그래서 해마다 광복절과 삼일절이 다가오면 몸이 먼저 반응한다. 무대를 세우고, 작품을 기획하며, 춤으로 조국을 불러낸다. 나는 태극기를 높이 들어 올리며 윌셔 거리에서 “그날의 함성 잊지 않으리” 를 추며 시대의 숨결을 새겼고, “ 독도는 우리 땅”  플래시몹을 통해 다울정 앞에서 수많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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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4. 나는 대한의 몸으로 춤춘다 — 소녀 상, 기억의 무대

By |2025-08-04T08:25:24-07:008월 4th, 2025|Categories: Articles, 칼럼|

나는 대한의 몸으로 춤춘다 — 소녀 상, 기억의 무대 광복 80주년 기념 ‘코리안 판타지’ 콜라보레이션 해마다 광복절이 다가오고, 삼일절이 밝아오면 나도 모르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된다. 왜 이 시기가 되면 어김없이 무대를 기획하게 되는가?  윌셔 거리 한복판에서, 북가주 리들리에서, 그리고 우정의 종각에서 다시 몸을 세우는가? 왜 발레와 한국무용, 판소리, 아크로바틱, K-POP 같은 서로 다른 장르를 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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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3.LA 한국문화원에서 만난 ‘몽유도원도’

By |2025-07-21T09:17:39-07:007월 11th, 2025|Categories: Articles, 칼럼|

기나긴시간 속에서도 오히려더 또렷해지는 장면이있다. 7월 초 LA 한국문화원에서 상영된국립무용단의 ‘몽유도원무’는 그날보다오늘 더 자주 떠오른다. 짧지만깊은 48분의 시간은 스크린이라는매개를 넘어 조용한 울림으로다가왔고, 비록 극장의 생생한공기를 직접 마시지는 못했지만화면 너머로 전해지는감흥은 오히려 더선명하게 다가왔다. 무대는 우리곁으로 조용히 다가왔고, 몸짓은말보다 먼저 마음을 건드렸다.   이 작품은 조선초기 화가 안견의 ‘몽유도원도’에서 출발한다. 세종의아들 안평대군이 꿈에서본 이상향을 화가는종이 위에 펼쳐냈고, 국립무용단은 그풍경을 절제된 춤으로무대 위에 다시 그려냈다. 복숭아꽃이흐드러지고 강물이 잔잔히흐르는 그 고요한 세계는움직임을 통해 피어났고, 그 안에는말없는 철학이 숨쉬고 있었다. 텅 빈듯한 무대는 오히려더 많은 이야기를 담고있었고, 손끝 하나와 시선의미세한 떨림은 절제된감정으로 관객의 상상력을자극하며 내면의 풍경을흔들어 깨웠다.  그러는동안 문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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