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는 여전히 우리를 부르는가?

146년이 지나도, 백조는 무대 위를 날고 있다.

1877년 러시아 모스크바의 볼쇼이 극장에서 초연된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는 146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세계 무대에서 생생히 살아 있다. 수많은 예술작품이 시대 속에 잊히고 사라져도, 이 작품만은 꾸준히 관객을 극장으로 이끈다. 왜일까?

47년 전, 나는 초등학교 시절이었다. 1978년 세종문화회관 개관을 기념해, 한국은 세계적인 발레단인 영국 로열 발레단을 초청해 백조의 호수를 선보였다. 주역은 전설적인 무용수 마고트 폰테인이었다. 그날 무대에서 백조들이 날갯짓하던 순간, 나는 나도 백조가 되고 싶다는 강렬한 열망을 느꼈다. 공연 후 나는 무대 뒤에서 그녀를 기다렸고, 마고트 폰테인은 프로그램 판플렛에 “작은 발레리나, 너의 꿈은 이루어질 거야”라는 글과 함께 싸인을 적어 내게 건네주었다. 그 순간은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었고, 그때부터 내 안에 분명한 꿈이 생겼다.

그 이후로 나는 해마다 백조의 호수를 관람해왔고, 어느덧 관람 횟수가 40회를 넘어섰다. 그리고 이번에는 한미무용연합 진발레스쿨의 발사모(발레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 30명과 함께 보스턴 발레단의 백조의 호수를 관람했다.

보스턴 발레단은 1963년에 창립된 비교적 젊은 발레단이지만, 정교한 안무와 현대적인 무대 해석으로 미국 무용계에서 확고한 존재감을 가진 단체다. 이번 공연은 내가 지금까지 보아온 백조의 호수 중에서도 단연 인상 깊었다. 특히 2막과 4막에서는 검정과 흰색이 강렬하게 대비되는 모노톤 무대 위로 드라이아이스가 흐르며 환상적인 장면이 연출되었다. 무대 전체가 마치 백조의 세계로 들어가는 문처럼 느껴졌고, 현실의 질서와 인간의 욕망이 얽힌 1막과 3막, 그리고 죽음과 환상이 교차하는 2막과 4막 사이의 극적인 대비는 더욱 선명하게 그려졌다. 마치 삶과 죽음, 이성과 감성의 경계를 넘나드는 한 편의 시를 보는 듯했다.

무엇보다도 감격스러웠던 순간은 오데트와 오딜 역을 맡은 한국인 발레리나 채지영의 무대였다. 그녀는 절제된 고결함과 강렬한 매혹을 자유롭게 오가며 고난도의 테크닉을 완벽히 소화했다. 특히 휘테 32회전에서는 완벽한 중심과 속도, 표현력이 삼위일체를 이루며 회전이 단순한 테크닉을 넘어 인간의 육체가 예술로 승화되는, 미학적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그 한 장면만으로도 관객의 숨을 멎게 할 만큼 강렬했다. 한국인으로서 자랑이며 긍지다.

이번 공연은 전석 매진이라는 기록을 세웠고, 함께한 학생들과 발사모 단원들은 모두 “평생 잊지 못할 감동”이었다며 입을 모아 찬사를 보냈다. 한미무용연합 진발레스쿨은 그동안 무용 교육, 워크숍, 공연 봉사 등을 통해 지역사회에 기여해왔으며,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뮤직센터의 DANCEx 프로그램에 선정되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 단체는 세계적 수준의 무용 공연과 전문가 강연, 드레스 리허설에 초청되고 있으며, 공연 관람 시 20% 할인 혜택도 받고 있다. 나는 디렉터 자격으로 드레스 리허설에 함께 참석하여 공연 전 무대의 긴장감과 예술가들의 몰입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

공연에 앞서 우리는 발사모 내부에서 백조의 호수 워크숍을 열어 작품의 구조와 음악, 인물 해석을 함께 공부했고, 덕분에 단원들은 무대를 더욱 깊이 있게 감상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감동의 중심에는 언제나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이 있었다. 익숙한 선율이 무대 위에서 울려 퍼지는 순간, 백조의 날갯짓은 다시 우리를 무대의 마법 속으로 데려갔다. 그래서 나는 다시 묻는다.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는 왜 여전히 우리를 부르는가? 그것은 우리가 여전히 사랑을 믿고, 아름다움을 갈망하며, 삶이라는 무대 위에서 끝없이 날고 싶은 존재이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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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무용연합회. 진발레스쿨

3727 West. 6th Street #607. LA CA 90020

Tel: 323-428-4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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