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기억은 시간을 품고, 어떤 기억은 다시 사람을 움직이게 한다. 작년 6.25 한국전쟁 기념식 무대에 섰던 순간이 바로 그랬다. 단원들은 그때의 감동을 또렷하게 간직하고 있었고, 올해도 자연스럽게 다시 무대에 서기로 했다. 그날의 따뜻한 공기, 관객의 눈빛, 함께 춤췄던 마음은 단순한 공연이 아니라 ‘무용이 왜 필요한가’를 다시 묻게 했던 깊은 울림이었다.
2025년 6월 21일, LA 새한교회에서 열린 제75주년 6.25 한국전쟁 기념식. 한미무용연합 진발레스쿨은 올해도 이 뜻깊은 자리에 무용으로 함께했다. 무대는 아메리칸 플래그 의상을 입은 아이들의 깜찍하고 발랄한 군무로 시작됐다. 아이들은 전문 예술가는 아니지만, 그 미완의 몸짓 속에 진심이 있었다. 순서가 어긋나고 동작이 흔들려도 그들이 최선을 다해 전하는 감동은 오히려 더 진하게 전달됐다. 관객들의 가장 큰 박수를 받은 것도 그 아이들의 무대였다. 그들의 춤을 통해 우리는 이민자 공동체의 미래를 보았고, 춤이란 도구로 역사를 배워가는 세대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어서 실버발레 단원들이 차이콥스키의 ‘왈츠 오브 플라워’ 선율에 맞춰 무대에 올랐다. 부드럽고 절제된 동작들 속에는 세월이 담겨 있었다. 그들의 움직임은 단지 아름다움이 아니라, 살아낸 시간과 축적된 생의 울림이었다. 무대 위에서 어린이들과 시니어가 함께 만든 장면은 하나의 서사였고, 그 자체로 예술의 완성이었다.
해마다 이 기념식을 준비하는 육군협회 회장의 수고는 하나의 예술적 헌신이다. 단순한 연례행사가 아닌, 기억의 제의를 끌어올리는 일. 누구나 할 수 없는 일이자, 공동체와 역사를 위한 사명감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 헌신 속에서 예술이 무엇인지, 공동체가 무엇인지를 다시 보게 된다. 한국전쟁을 기억하고 감사하며 평화를 다짐하는 이 자리에, 무용이라는 언어가 함께 했다는 사실은 예술인으로서도, 한국인으로서도 벅찬 일이었다.
예술가 파블로 피카소는 “예술은 장식이 아니다. 그것은 무기로서 싸워야 한다”고 했다. 춤도 마찬가지다. 춤은 장식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과 기억, 진실을 증언하는 하나의 언어다. 이 날 무대에 오른 실버발레 단원들도 모두가 바쁜 일상 속에서 시간을 쪼개 연습을 해왔다. 그들의 존재 자체가 감동이었고, 그 무대는 단지 공연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공연을 마친 후에는 따뜻한 점심 식사가 준비되어 있었다. 음식과 웃음이 오가며 서로의 노고를 나누는 시간은 이 공연을 완성하는 마지막 장면이었다. 무용이 예술로서 살아 숨 쉬는 길, 그것은 바로 이런 순간이다. 나는 예술인이다. 춤을 통해 말하고, 몸짓으로 기억을 남긴다. 공동체를 위해 예술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나는 언제나 그 길을 선택할 것이다. 춤은 언제나 그 길을 걷는다. 나 또한 그 길 위에, 오늘도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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