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와 발레의 만남을 꿈꾸다.

LA 오페라 푸치니 나비부인 리뷰: Review of the Madama Butterfly

 지난 주말 LA 오페라에서 푸치니의 “나비부인”을 관람했다. 푸치니는 몇 달 전 투란도트뿐만 아니라, 라보엠과 마농 레스코도 봤기에 어느 정도 익숙하다고 생각했다. 공연장으로 가는 동안 차 안에서 마치 선생님처럼 남편에게 질문을 계속했다. “우리가 푸치니 작품을 몇 개나 봤지? 라보엠의 내용 생각나? 중국 공주가 나오는 작품의 제목이 기억나?” 나비부인의 스토리를 이야기하면서 그 당시 유럽인들이 동양의 신비로운 세계를 동경하던 자포니즘(Japonism)이 유행이었다는 것과, 반 고흐가 일본풍을 많이 차용했다는 점을 떠올리며, 한국을 소재로 한 오페라가 없는 점이 아쉽다는 이야기를 했다. 나는 항상 공연 전날 오페라 작품을 공부한다. 하나둘씩 사서 모은 책이 책장에 가득해진 것을 볼 때마다 나는 기분이 좋아진다. 나비부인 내용을 이야기해 주면 남편은 그 당시의 시대적, 역사적 배경을 설명해 준다. 청일전쟁, 제1차 세계대전 등등. 그러면 나는 꼬리를 내린다.

 공연 첫날이라서 그럴까? 빈 좌석 하나 없이 공연장은 만석이었고, 모두들 할리우드 영화배우처럼 드레스업 하고 있었다. “당신도 턱시도를 입고 올 걸 그랬다”라고 말했더니, 남편은 “내가 턱시도를 입었으면 웨이터로 알고 음식 주문할 걸”이라며 웃겼다. 파티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 부부는 “생긴 대로 살고, 느끼는 대로 즐기자”라는 결론을 내렸다.

 나비부인은 1904년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에서 초연되었으나 실패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공연되는 오페라 중 하나다. 2024년 LA 오페라의 나비부인은 시작부터 뭔가 달랐다. 웅장하게 펼쳐지는 나가사키 항구의 언덕 위 집을 배경으로 한 무대 장치가 우리를 압도했다. 저절로 돌아가는 일본풍 가옥의 구조는 다다미 방을 연상하게 했고, 해군 장교 핑커튼이 아들을 데리고 갈 때 쵸쵸상이 내민 손을 닫히는 문이 단절하는 장면은 세상과의 소통이 끊기는 듯한 느낌을 주어 가슴이 먹먹했다. 이미 비극적인 스토리라는 결말을 다 알고 있는데도 마음이 아픈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이 바로 예술의 힘일 것이다.

 공연이 시작 전 미국국가가 연주되는 것도 이례적이었다. 어는 공연이었는지는 기억이 안 나는데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되었을 때 우크라이나 국가가 울려 펴졌던  기억이 났다.  이전에는 없었던 무대 위의 빅스크린은 다양한 각도로 안 보였던 화면을 보여주어 감상에 더욱 도움이 되었다. 나는 오페라를 보며 문득 “나비부인”에 발레를 도입한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이 들었다. 극의 감정선을 춤으로 표현하면 더욱 깊은 감동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실제로 조사해 보니, 몇몇 공연에서는 2막에 발레를 도입한 적이 있었다. 오페라에서 음악과 스토리의 조화는 발레의 움직임처럼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 푸치니의 “나비부인”은 인간 감정의 깊이를 탐구하면서도 문화 간 충돌이 빚어낸 비극을 이야기한다. 이 작품을 보며 발레를 통해 그 복합적인 감정을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되었다. 발레에서의 감정과 표현의 자유로움은 오페라의 드라마틱한 요소와 잘 어우러질 것 같다.

  특히, 어떤 개인 날 ( Un bel dì vedremo)는 발레 수업에서 자주 사용하는 아리아다. 코러스가 허밍을 할 때, 아무런 노래 없이 몇 분간 벽에 서 있는 쵸쵸상의 모습은 아리아를 부를 때보다 더 강렬한 감정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듯했다. “백 마디 말이 필요 없다”는 말이 바로 이럴 때 쓰이는 것 같다며 무릎을 쳤다. 무엇보다 큰 기쁨은 쵸쵸상 역의 소프라노와 스즈키 역의 메조소프라노가 모두 한국인이었다는 것이다. 전 세계에서 한국 예술가들이 우리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그들의 노래뿐 아니라, 리얼한 연기는 눈물을 절로 흘리게 했다. 그들이 있기에 예술의 세계에 우리는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아들에게 마지막 노래를 부르는 장면에서 쵸쵸상의 절망과 고통이 너무 잘 표현되어 마치 내가 쵸쵸상이 된 것처럼 절박한 감정을 느꼈다. 나비부인의 각 장면을 발레로 표현한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계속 맴돌았다. 공연장을 나오며 아쉬움을 토로하며 또 다른 꿈이 생겼다. 아직 한국을 소재로 한 대작 오페라나 발레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나비부인”이 일본을 배경으로 한 작품인 만큼, 한국의 역사나 문화를 담은 대작이 등장한다면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나 또한 새로운 작품을 만들고 싶은 창작의욕에 열심히 춤을 추며 집을 가기 위해 파킹장까지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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