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ABT 발레단의 공연을 다시 보게 되었다. 2020년 3월에 사랑과 분노 (Love and Rag) 발레 공연을 마지막으로 본 거 같다. 코로나로 인해 2년이란 세월이 정지되어 흘러갔고 모든 공연은 볼 수가 없었다. 토요일 아침부터 나는 6시간 동안 발레 클래스 학생들을 가르치고, 오후에 코스타 메샤 시거스트롬 공연장까지 피곤한지도 모른 채 한 시간이 넘는 거리를 즐거운 마음으로 갔다. 공연장은 여전히 그대로 바뀐 것이 없이 반갑게 나를 맞이하여 준다. 서있기만 해도 발레리나가 되는 포토죤에서 2년 만에 다시 사진도 찍고, ABT발레단 학생들이 만든 포인트 슈즈에 데크레이션 한 것이 신기해 열심히 사진도 찍어본다.

 

 뉴욕에 있는 아메리칸 발레시어터는 1939년 설립됐으며, 파리 오페라 발레단, 영국 로열 발레단과 함께 세계 3대 발레단이라고 할 만큼 최고의 클래식 발레단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동안 이곳 LA에서도 자주 공연하여 매우 친숙한 발레단이기도 하다. 한국인으로 수석무용수인 서희와, 발레리노 안주원, 한성우가 있다. 이번 공연에서 운 좋게도 나는 3부에서 한성우의 멋진 춤을 볼 수 있었다. 한국인 남성 최초의 로잔 콩쿠르 입상자답게 정말 잘한다. 나와 같은 학교를 졸업한 선화 예중, 고 후배이어서 그런지 왠지 모르게 더 정답게 느껴진다. 공연이 끝나고 극장에 마련된 보드에 글도 남겼다. “ 한성우 씨 공연 잘 보았습니다. 대한민국의 자랑이며 긍지입니다. 우리 2세의 롤모델입니다. ”그는 해외에서 멋진 활약으로 우리의 위상을 높여주고 있다.

 

 이번 공연은 3개의 작품이 올려졌다. 1부, 알렉세이 라트만 스키 안무 “ 버블 ”( Bubbl) , 2부. 알론조 킹 안무의 “싱글 아이 ”(Single Eye), 3부 제시카 조킹 안무의 “지그재그” (ZigZag)이다. 나는 처음 접하는 공연으로 작품마다 예술성과 독창적인 창의성은 상상을 초월 한 정도로 새롭고 경이롭다. 공연 때마다 항상 느끼는 것은 사람의 몸으로 모든 감정과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춤의 위대함이다. 특히 싱글 아이는 세계 초연의 작품을 볼 수 있는 영광을 가졌다.

 

 지난주 함부르크 발레단 공연 때 안경을 안 가져와서 안 보인다고 공연 내내 투덜 됐더니 대포만 한 망원경을 남편이 아마존에서 주문을 했다. 맥아더 장군이 인천 상륙작전하는 것 같다고 망원경이 너무 커서 쪽 팔린다고 했다가 새로 구입한 망원경으로 공연을 보니 너무 잘 보인다. 무용수의 손 놀임, 땀방울, 시선, 표정, 근육의 디테일한 움직임 하나하나가 놓치지 않고 다 보인다. 공연 내내 망원경에서 눈을 못 뗀다. 항상 내 옆에서 같이 공연을 보러 가고 공연 후 감상평도 해주고 사진도 찍어주는 남편 덕분에 20년간  986회 의 “ 진최의 무용이야기 “ 칼럼을 쓸 수가 있었다. 남편의  배려에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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