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and Rage
얼마나 행운인가? 지난 일요일 코스타메샤 시거스트롬에서 ABT 발레단이 80주년을 기념하는 일환으로 세계 최초 초연의 작품“사랑과 분노”(Love and Rage) 공연을 보았다. 초연 이리고 말하면 한 작품이 공개되기 전 첫선을 보이는 프리미어로 첫 공연을 본 관객과 평론가의 작품 평가에 따라 촤고의 작품으로 극찬을 받을 수도 있고, 또는 실패작으로 낙인 받아 흥행이 결정돨 정도로 중요한 출발선이다. 그래서일까? 최초의 작품을 제일 먼저 보았고, 평가하는 역사적인 자리에 있었다는 하나만으로도 신이 나는 일이다. 이 작품은 앞으로 6월에 뉴욕 메트로 폴리탄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한다고 한다. 그러니 이공연을 본 나는 정말 행운이다.
발사모 (발레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에서 이미 공연 전 모두 공부를 하였지만 초연이다 보니 어떤 그림이 펼쳐질지 예상이 안되었다. 시거스트롬에서는 ABT ( American Ballet Theatre) 발레단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어 이곳에서 공연을 자주 한다. 2007년 잠자는 숲 속의 공주 ( Sleeping Beauty),2012년 불새 (Firebird ) 2017년 위핑크림 (Whipped Cream)을 초연했다. 그 덕분에 뉴욕까지 가지 않아도 우리는 미스티 코프랜드, 서희 등 최고의 발레리나를 이곳에서 만날 수 있다.
안무가 알렉세이 라트만스키 (Alexei Ratmansky )의 작품은 항상 독창적이고 새로움의 시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2막으로 구성된 “사랑과 분노”는 그의 17번째 작품으로 소설 칼레호를 기반으로 고대 그리스에서 시작되었으며 아프로디테처럼 가장 아름다운 여성 인 칼레 호(Callirhoe)와 칼리 레아 (Chaereas)의 사랑을 시작하여 수많은 인물들에 이름이 등장하면서 사랑, 배신, 죽음, 납치, 기만, 질투, 전쟁, 분노, 용서를 표현한다. 2막에서는 전쟁과 분노를 표현하는 장면에서는 우리에게 익숙한 “쿵 다닥쿵닥 쿵 다닥쿵닥 ”굿거리장단 같은 음이 반복하여 나오기도 하였고 제목은 모르겠는데 낯설지 않는음도 들린다. 무대 세트, 의상 하나하나에도 고증학적 자료를 토대로 제작하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이 보인다. 내가 그동안 본 시거스트롬 공연에서 오케스트라가 나온 것은 오늘 처음 본거 같다. 마치 춤을 추듯 혼신을 다하는 지휘자의 뒷모습과 발레와 어우러지는 모습은 또 다른 파듸드를 보는듯했다.
“발레 테크닉 선 안무 정말 다 멋있는데 내용이 무엇인지 잘 이해가 안 가요. 팔찌로 서약을 했다는데 언제였죠? 마지막에 아이의 등장은 갑자기 왜 했을까요? ”함께 공연을 보러 간 발사모 손 선생님의 질문이다. 발레는 자막이나 작품 설명이 공연 중에는 없기 때문에 사전에 내용을 모르고 보면 무슨 뜻인지 이해가 안 간다. 그동안 보았던 백조의 호수, 호두까기 인형, 슬리핑 뷰티는 누구나 다 아는 내용이다. 새로움의 작품의 시도는 충분한 내용 설명이 필요하다. 나 또한 처음 보는 공연이라 내용의 연결이 프로그램 설명을 보아도 공연 볼 때 잘 이해가 안갔다. 집에 돌와와 인터넷을 보면서 이제야 이해를 하고 있다.
새로운 작품을 보면서 그동안 몰랐던 새로운 세계를 하나씩 배워가는 과정은 참 즐거운 일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지금 나는 새벽 3시가 되어도 잠을 못 자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