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페라 보는 여자.

1푸치니의 오페라 “ 라보엠 ”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공연을 한다고 한다. 그런데 왜 여태 몰랐을까? 이번에 엘에이에서 공연을 한다고? 라보엠이 무슨뜻일까? “ 보헤미안 기질’이란 뜻으로 예술가 또는 세속적인 풍습에 구애됨이 없이 자유롭게 지내는 사람들을 말한다.”“ 아 그렇구나! 내 취향이랑 비슷한데” 오페라를 잘 알지 못한다. 내 전공은 발레이니까 음악은 잘 몰라도 된다는 안이함에 음악에 대해서는 문맹에 가까울 정도로 등한시하였다.

언제부턴가 더 이상 나의 무지가 용서가 안돠었다. 서양음악사, 미술사 수업을 듣고, 낭만 독서모임에 가고, 오페라 작품이 엘에이에서 공연을 하면 제일 먼저 티켙을 샀다.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거나 뮤지컬을 보거나 미술 감상을 하거나 발레 공연을 보거나 항상 나를 중심으로 스토리의 공통점을 찾으려고 한다. 어떤 장면은 지나간 과거의 일이랑 너무 비슷한 거 같아 그때가 생각나 슬퍼하고 기뻐하고 분노한다.

5명이 이끌어가는 라보엠의 스토리에 백 명이 넘어 보이는 오케스트라 연주자와 2부에서는 아이들과 거리 카페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잠깐 나온다. 주인공을 위한 수백 명의 조연들을 보면서 예술은 결코 혼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걸 새삼 다시 느낀다. 십 분을 나오려고 그들도 얼마나 많은 연습을 하였을까? 다락방의 느낌을 무대장치로 저렇게 만들 수 있다니 참 놀라운 일이다.

무대 및 아래층에서 다락방을 향해 부르는 노랫소리가 멀어져 가는 에코의 소리로 들리고 마치 소실점을 중심으로 멀어져 가는 원근법 같기도 하고, 스토마토 기법처럼 희미 무리하게 처리하는 것 같기도 하고, 테너브리즘처럼 강한 액 센트를 주는 것 같기도 하고, 음악에서는 무어라 할까? 내가 아는 지식 모든 것을 통틀어 생각하고 의문하고 질문해 봐도 모르겠다.

잠깐 스쳐가는 아이디어로 무용에서도 저렇게 멀어져 가는 느낌을 표현할 수 있을까? “ 발레의 빠드뒤와 같은 느낌이네” 하고 생각에 젖어본다. 그림자나 조명을 통해 가능할까? 지난달에 본 로열발레단의 단테의 신곡중 연옥이 그런 느낌일까? 춤을 멀리서 추면 그런 느낌이 날까? 이것저것 생각해도 답이 안 나온다. 모르겠다.

암튼 이색적이고 색다른 느낌이다. 뒤샹이 예술의 완성은 보는 관객이 한다고 했으니 정답은 아무것도 없다. “ 내가 느끼고 즐기면 그뿐이지 뭐.” 새롭게 재 단장한 뮤직센터에서 맘껏 뽐내고 사진 찍고 즐거워한다. 나의 취향 아비투스는 스스로 결정한다. 좋아하는 것을 찾아내어 삶을 즐긴다. “ 너 정말 멋있어. 있어 보이는데! ” 하며 스스로 칭찬하고 코끝이 올라간다. 오늘 하루로 무지무지 행복한 하루였다.

10.14.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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