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한국문화원에서 안중근 창작발레 “천국에서의 춤” 상영 소식을 이메일로 접했을 때, 내 마음은 두근거림으로 가득 찼다. 이 작품은 2015년 창작된 이래 M발레단 무대에서 꾸준히 선보여 왔지만, 해외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어려웠다. 그래서 이번 상영은 마치 오래 기다려온 선물을 받는 듯했다.

나는 매해 삼일절과 광복절에 발레 창작 작품으로 애국열사와 한국의 역사를 미 주류 사회에 소개해 왔다. 그런 나에게 안중근을 다룬 이 상영 소식은 감동과 호기심을 동시에 불러일으켰다. 발레는 본래 상징과 은유의 언어이고, 실존 인물을 다루려면 구체성과 상징성이 정교하게 맞물려야 한다. 이번 작품은 그 간극을 예술적 상상력으로 메우며, 안중근의 삶과 정신을 춤의 호흡으로 되살려냈다.

무대는 결혼식의 설렘에서 시작해 의병 활동과 하얼빈 의거, 옥중에서의 고난과 흔들림 없는 신념으로 이어졌다. 음악 선택은 특히 인상 깊었다. 전통적인 한국 선율에 머무르지 않고 스트라빈스키의 왈츠, 차이코프스키의 이탈리아 기상곡, 생상스의 죽음의 무도 등 익숙한 클래식을 교차시키며, 한국의 이야기가 세계의 언어로 번역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서양의 형식 안에서 한국적 서사가 확장되는 순간, 발레는 국경을 넘어 공명하는 하나의 목소리가 되었다.

마지막 장면에서 어머니가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가 낭독되었을 때, 객석은 조용히 떨렸다. 그것은 한 위인의 삶을 기리는 목소리를 넘어, 인간 존재의 근원인 모성의 울림이자 생명에 대한 응답이었다. 그 순간 나는 다시 깨 달았다. 예술은 사건을 적어 두는 연대기가 아니라, 감정을 되살려 우리로 하여금 그 시대의 눈물과 희망을 함께 감각하게 하는 공감의 매개체라는 사실을.

이번 상영회는 단순한 감상이 아니었다. 역사와 예술이 만나 감각을 일깨우는 시간이었고, 동시에 한국문화원이 지역사회에서 수행하는 예술적 역할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지난해 나는 한국문화원에서 라 바야데르 프로그램 해설을 준비하며 느꼈던 꼼꼼함과 짜임새 있는 기획력은 이번에도 빛을 발했다. 한국문화원은 공연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국의 예술적 진술을 세계와 공유하고 확장시키는 문화적 중추로 서 있다.

빈자리 없이 객석은 만석이었고, 이날의 상영은 예술을 통해 역사를 성찰하는 경험이었다. 안중근의 삶이 춤으로 되살아날 때, 우리는 과거를 회상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그 정신을 오늘의 삶 속에서 다시 살아냈다. 한국문화원이 이러한 기획을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 가길 기대한다. 그 길 위에서 한국의 문화는 더 깊어지고, 더 넓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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