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드디어 오페라 “ 오텔로”를 보았다. “ 15년 만에 다시 돌아온 도로시 챈들러 파빌리온에서 베르디의 셰익스피어 고전을 경험해 보세요.” 일 년 전 엘에이 오페라에서 온 이메일을 보고 나는 생각했다. “ 베르디? 셰익스피어? 오텔로? 하면서 대학교 때의 미팅기억을 떠 올리며 혼잣말로 “ 오케이”하면서 나는 시즌티켓을 모두 사 버렸다.

학창 시절에는 미팅도 정말 많이 했다. 이대 무용과는 학교마다 최고의 인기였다. 한 번은 연대 학생들과 미팅 파트너 정할 때 나는 핸드백 속에서 오셀로 책을 내놓았다. “ 셰익스피어의 4대비극 오셀로?” 하며 내가 내놓은 책을 집어 들었던 그 남자 학생의 얼굴 생김새와 이름이 지금은 기억이 안 나지만, 30년이 지난 지금에도 그 장면만 나는 선명하게 기억이 남는다. 학창 시절에는 학교 배지를 가슴에 달고, 문고판 책을 하나씩 핸드백에 넣어 가지고 다니는 것이 친구들 사이에서 유행했으며 밖에 나갈 때 있어야 하는 필수 이이템의 하나가 바로 책이었다. 가방에서 책이 나 올 때 샤넬이나 루이뷔통 명품을 들은 기분이랄까? “ 나의 교양 수준은 이 정도야!” 하면서 왠지 있어 보이고 지적으로 보이는 나 자신에 만족하고 흐뭇해했던 기억을 떠올린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때는 내가 그 책을 끝까지 안 읽었다는 것이다. 인터넷이 없었던 시절 대강 둘러대면 나의 지적 수준은 높은 것으로 통과됐다. 그래서일까? 지금도 내 가방에는 항상 책 한 권은 있다.

일요일 오후 뮤직센터 공연장은 지난번 폴테일러 현대무용단 공연과 달리 발디듯틈이 없이 전원 만석으로 꽉 차 있다. 오페라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았나? 이 사람들이 다 음악 마니아일까? 나처럼 음악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도 왔을까? 별의별 생각을 다 해본다.

공연을 보기 전 집에서 책도 다시 읽어보고 베르디에 대해서도 다시 알아본다. 리골레토, 일트로바트레, 라트라비아라, 아이다. 오텔로까지 합하면 나는 그동안 주세페 베르디의 오페라 5개를 보았다.

오텔로는 셰익스피어의 원작을 토대로 베르디가 74세 작곡한 것으로 4막으로 이 주어진 오페라다. 무어인 오텔로 장군이 질투심으로 부하 이아고의 속임수에 넘어가 무고한 그의 아내 데스데모나를 살해하고 본인도 죽는다는 내용이다. 오텔로는 베르디 기존의 스타일과 참 다르다는 것을 음악의 문외안인 나도 첫 번에 알 수 있었다. 같은 해에 태어난 독일의 바그너 스타일 같다. “이탈리아가 안 해서 그렇지 우리도 이렇게 할 수 있어!” 하며 베르디가 바그너에게 말하는 것 같다. 시작부터 엄청나다. 셰익스피어의 원작과는 달리 폭풍우 치는 사이프러스 섬의 항구장면에 오텔로의 영웅적 모습 표현을 금관악기, 현관악기 모든 악기가 다 동원되어한다. 벼랑 끝에 서있는 것 같다. 1막에서 오텔로와 데스데모나의 “어두운 장막을 내리고” 첼로의 선율과 함께 이루어지는 사랑의 이중창과 4막의 죽는 장면에서 나는 클림트의 명화 “ 키스”장면이 자꾸 떠올랐다, 왜일까? 2막에 어린 학생들의 맑은 아리아 합창 목소리와 오케스트라의 조화에 깜짝 놀란다. “ 마저 삶에 때 묻지 않은 목소리는 바로 저건데.” 나도 저런 목소리를 가진 적이 잇었는데 하며 잠시 생각에 잠기며 입가에 미소를 띄워본다.

발레나 오페라를 보면 사랑하는 남자를 위해 모든 것을 다 바치는 순교자형 순진한 여주인공들이 많다. 순박한 시골처녀지젤, 백조의 호수의 오데트공주, 라트라비아타의 비올레타. 리골레토의 질다, 파우스트 마르게리트, 탄호이저의 엘리자베스 이런 유형의 여자 주인공을 불어로 엥제뉘(INGENUE)라고 한다. 남자를 위해서라면 헌신적으로 모든 것을 다 다 바치는 여인들 그런 이유로 오페라 여주인공의 죽음 부분이 나오면 마치 나의 일인 것처럼 관객은 눈물을 펑펑 쏟으며 장내는 고요해지며 숙연해진다.

“ 저런 바보 왜 그렇게 남자에 의존해서 살아? 난 절대 엥제뉘가 안될 거야…” 나 혼자 속으로 다짐해 보며 괜히 같이 공연을 보러 간 옆좌석의 남편을 다시 한번 힐끗 쳐다본다.  질투와 배신, 인종차별과 사랑, 정의와 복수 등 다양한 테마를 다루고 있으며 오텔로의 광기와 분노, 그리고 데스데모나의 두려움이 음악에 완벽하게 표현하여 관객으로 하여금 그들의 내면을 감정적으로 공감하게 만들었다. 시대를 초월한 명작의 힘은 바로 3시간 반의 긴 공연을 그 누구 하나 불평 없이 모두 앉아서 볼 수 있게 만드는 힘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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