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이렇게 물어본다면 사람마다 느끼는 감정과 생각은 각자 다를 것이다. 나는 발레 공연을 보러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은 참으로 아름답다는 것이다. 귀에 익은 클래식 음악과 함께 동화 속 상상의 이야기, 화려한 의상과 무대장치, 발레리나의 고난도의 테크닉을 보고 있으면 마치 내가 무대 속에서 공주가 된 듯 공연 내내 자유롭게 나만의 춤을 추며 상상의 나래를 편다. 그러면 감동과 함께 마음의 평화가 찾아온다. 공연을 보고 나면 이상하게 나는 누구에게도 구속받지 않는 나만의 세계 자유와 해방감 그리고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마치 여행할 때 낯선 곳에서 느끼는 즐거움 같은 것이다. 그래서 재충전을 하고 싶을 때, 뭔가 허할 때 나는 공연장을 찾는다.
클래식 고전발레는 다시 보아도 항상 감동이다. 차이코프스키 3대 발레인 백조의 호수, 호두까기 인형, 슬리핑 뷰티는 지금까지 나는 30번도 더 본거 같다. 전막을 선화예고와 이화여자대학교 재학 시절에 다 외울 정도로 정말 많은 바리에이션을 하였고, 지금도 가르치고 있다. 엘에이 발레단의 슬리핑 뷰티는 7년 만에 다시 보며 매튜본의 슬리핑 뷰티 등 그동안 수도 없이 다양한 버전의 공연을 보았다. 똑같은 슬리핑 뷰티 공연을 계속 가서 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술전시회와 달리 무용은 일회성이다. 시간이 지나면 기억이 희미해진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의 그림은 변하지 않고 언제나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 그러나 132년 전 마린스키 극장에서 마리우스 프티파에 의해 초연된 슬리핑 뷰티를 그때 내가 설령 그 시대에 보았다고 해도 지금 기억을 할 수 있을까? 몇 년 전에 본 매튜본의 슬리핑 뷰티도 보았다는 기억만 나지 장면의 기억은 모두 사라졌다. 그때 찍은 사진과 내가 쓴 칼럼을 보고 나서야 내가 보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몇 번을 다시 보아도 볼 때마다 새롭다. 마치 클로드 모네가 루앙대성당을 다양한 빛의 각도로 그림을 그린 것처럼 나 또한 나만의 이유를 만들어 본다.
공연을 보러 가기 전에 발사모 (발레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단원들과 함께 슬리핑 뷰티 공부도 하고 바리에이션 연습도 해보고, 발레마임도 배웠다. “ 오로가 공주는 바늘에 찔려 잠들어도 발끝을 포인 하고 흐트러지지 않고 몸의 균형을 유지한다는 말이 정말이네요. 발레 테크닉보다 발레마임으로 감정을 전달하는 게 정말 힘들다는 것을 알았어요.” 함께 공연을 보러 간 발사모 단원들은 내용을 알고 보니 훨씬 이해가 된다며 발레를 보는 즐거움에 흠뻑 빠졌다. 보기에는 쉬울 것 같은데 막상 그 발레 동작을 따라 해 보면 정말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된다. 뭐니 해도 슬리핑 뷰티의 최고의 명장면은 오로라 공주와 네 명의 왕자와 함께 추는 로즈 아다지오다. 토슈즈를 신고 왕자들의 손에서 손으로 아라베스크의 동작을 유지하는 테크닉은 고도의 집중이 요구되는 극도로 어려운 장면이다. “ 그토록 어려운 동작을 쉽게 해 보이다니! 얼마나 많은 연습과 피나는 노력의 과정을 거쳤을까? ” 하고 생각하니 발레리나가 정말 존경스러워졌다.
진최의 무용 이야기 칼럼이 오늘이 1000회째이다. 일주일에 한 번씩 한주도 빠지지 않고 글을 썼다. 횟수로는 20년째이다. 글을 쓰며 나 스스로 많은 공부가 되었고 배우면 배울수록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는 것을 항상 느낀다. 발레는 나를 공부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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