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흘러도 영원한 발레

세월이 흘러도 영원한 발레

 내가 로미오와 줄리엣 발레공연을 처음 본 것은 중학교 때 였다. 줄리엣이 로미오를 처음 만나 사랑에 빠진 14살의 나이 거의 같은 시기 아마도 그때쯤인 것 같다. 선화 예술 중고등학교 재학 당시 학교에서는 미술전시회, 음악콘서트, 발레공연이 있으면 학생들에게 관람 하게 하였다. 그때의 경험을 시작으로 예술공연은 나에게 친숙한 친구처럼 다가왔고 우리들은 비극인가? 희극인가? 하면서 각자의 생각을 말하며 열띤 토론을 했었다.

밤새며 책을 읽으면서 순수한 사랑에 눈물을 흘렸고 내가 마치 줄리엣이 된 거 같은 기분에 발레솔로에 심취하여 거울을 보며 연습을 했었다. 그 덕분에 정작 국어수업시간에 꾸벅꾸벅 졸다가 선생님한테 걸렸다. 선생님이 왜 졸고 있냐는 질문에 난 “세익스피어 때문이예요.”라고 말했고 교실은 웃음바다가 되었고 엉뚱한 나의 대답에 벌을 섰던 기억이 지금도 새록새록 하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너무나 유명하여 누구나 스토리를 알고 있다. 영화, 연극, 오페라, 뮤지컬, 심지어는 애니메이션까지 이루지 못하는 사랑 이야기로 대중매체에 다양한 콘텐츠로 수많은 작품을 지금도 만들어 내고 있다. 전 세계의 각발레단에서도 각기 다른 버전의 로미오와 줄리엣의 공연을 한다. 미국의 삼대 발레단 중 하나인 조프리 발레단의 로미오와 줄리엣 공연이 최근에 있었다. 2년 전 캐나다 발레단이 도로시 챈들러에서 공연했을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자신 만의 색깔로 현대 감각적으로 재해석하고 이를 통해 로미오와줄리엣의 원전을 색다른 안무로 오마주한것이 이채롭다.

이젠, 나이 탓일까? 아니면 내가 오래 살았나? 14살 때 그 감정은 다 어디다 놓고 살고 있을까? 세상이란 믹서기에 적당히 잘 섞인 것일까? 저런 순수한 사랑에 눈물을 흘릴 수 있는 내 마음이 아직도 존재할까? 의문을 가지면서도 온몸으로 절규하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몸짓을 보는 순간 내 가슴속 깊이 찡한 여운이 생기는 건 무엇 때문이었을까? 잠시 지난 세월을 뒤돌아보며 괜히 옆좌석에 앉은 남편의 손을 쫙 쥐어본다. 사랑이 뭔지? 발레란 세월이 흘러도 그 아름다운 장면을 영원히 잊지 못하고, 예술이 주는 감동은 가슴 깊이 남게 하는 것 같다.

4.2.2018